기억하고 싶어 메모해 둔 풍경이라면, 김남수 트럼펫 연주회장에서 하얀 막대 탁탁탁 튕기면서 느지막히 공연장에 들어온 시각장애인 세 분. 곁에서 엿들으니 협연한 색소폰 연주자가 같은 교회분들을 초청한 모양인데, 그분들께는 얼마나 특별한 외출이었을까. 연주가 끝나고 의자에 앉아 기다려 초청해준 분께 감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또 울컥.
지난 일요일은 참 좋았다. 이날은 날씨도 좋았는데, 여자친구랑 상인이랑 상수동 뽕신에서 맛있는 짬뽕도 먹고(토마토 스파게띠 짬뽕 개굿), 지난 겨울에 못 사준 케즈(Keds) 신발도 하나 선물하고, 405가서 이야기 나누고, 같이 야구도 한껨 쳤다. 오후에 시간이 남아 난 사석원 개인전을 보러갔다.
오랜만에 찾은 가나아트센터는 참으로 멀었다. 평창동은 사람을 묘하게 긴장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사석원을 그저 대중친화적인 세속작가로만 알았는데, 작품들이 의외로 내 마음을 쿵쿵 흔들어 놓았다. 물감을 주걱으로 퍼다 바르는지 어쩌는지 수센치 두께로 색칠된 그림속에는 화가의 농밀한 감정이 뚝뚝 넘쳐 흐르듯 했다. 붉그락 죽죽 분홍색 보라색 꽃이 조화롭던 <설악산 비선대> 그림이 좋았다. <목욕하는 호랑이>에서 울긋불긋한 낯짝의 호랑이가 씨익 웃고 있던데, 미소가 아주 진짜였다. 아이다운 순진무구와 서정의 세계를 그린 작가군, 이를테면 이왈종, 노은님, 김병종의 그림을 전에는 너무 쉬워서 별로라 생각했는데, 오늘 사석원 그림을 보고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애써 가르치거나 과시하려들지 않고, 작품안에 숨김없이 쏟아낸 기쁨과 황홀은 보는이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닿는다. 즉, 행복한 그림을 보면,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았다.
가나아트센터 건너편에는 테라스가 기가막힌 Monet라는 다이닝 카페가 있었다. 거기서 맥주 한잔 시켜놓고, 부유하고 너그러운 오후를 보내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일대를 조금 걸었다. 언젠가 온 기억이 있는 김종영 미술관이 보였다. 미술관 앞 의자에 앉아 다사로운 물소리 들으며, 혹시 어디 산책중인 고두심씨 지나가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가로운 새소리에 맑은 공기, 게다가 대낮에도 이리 조용하고, 나이들어 여기와 살면 오래 살겠더라.
110번 타고 신촌쪽으로 가다가 멀미가 나서 내렸는데, 앞서가던 노부부가 간판이 흥미로운 식당으로 들어가기에 따라들어갔다. TUK TUK Noodle Thai 라는 태국음식점이었는데, 분위기도 너무 맘에 들었고, 뭔가 확실한 집이라는 느낌이 오는 것이었다. 매니저 추천으로 닭고기 바질 볶음밥을 먹는데, 태국쌀로 아주 제대로 볶은 개념 충만한 볶음밥이었다. 하도 맛있길레 생각나는 얼굴들한테, 여기 꼭 와야 된다고 잔뜩 흥분에 젖어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오지랖 떨기도 참 오랜만이던, 간만에 찾은 딱 내 취향의 레스토랑이었다.
맘에 드는 식당도 하나 찾았고, 좋은 점심식사, 친구도 봤고, 그림도 보고, 진짜 좋은 하루였다. 늘 아침이었다 금방 저녁인 일요일이 전혀 서운하지 않을 정도. 사석원 전시는 끝나기 전에 한번 더 가자.
지난 일요일은 참 좋았다. 이날은 날씨도 좋았는데, 여자친구랑 상인이랑 상수동 뽕신에서 맛있는 짬뽕도 먹고(토마토 스파게띠 짬뽕 개굿), 지난 겨울에 못 사준 케즈(Keds) 신발도 하나 선물하고, 405가서 이야기 나누고, 같이 야구도 한껨 쳤다. 오후에 시간이 남아 난 사석원 개인전을 보러갔다.
오랜만에 찾은 가나아트센터는 참으로 멀었다. 평창동은 사람을 묘하게 긴장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사석원을 그저 대중친화적인 세속작가로만 알았는데, 작품들이 의외로 내 마음을 쿵쿵 흔들어 놓았다. 물감을 주걱으로 퍼다 바르는지 어쩌는지 수센치 두께로 색칠된 그림속에는 화가의 농밀한 감정이 뚝뚝 넘쳐 흐르듯 했다. 붉그락 죽죽 분홍색 보라색 꽃이 조화롭던 <설악산 비선대> 그림이 좋았다. <목욕하는 호랑이>에서 울긋불긋한 낯짝의 호랑이가 씨익 웃고 있던데, 미소가 아주 진짜였다. 아이다운 순진무구와 서정의 세계를 그린 작가군, 이를테면 이왈종, 노은님, 김병종의 그림을 전에는 너무 쉬워서 별로라 생각했는데, 오늘 사석원 그림을 보고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애써 가르치거나 과시하려들지 않고, 작품안에 숨김없이 쏟아낸 기쁨과 황홀은 보는이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닿는다. 즉, 행복한 그림을 보면,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았다.
가나아트센터 건너편에는 테라스가 기가막힌 Monet라는 다이닝 카페가 있었다. 거기서 맥주 한잔 시켜놓고, 부유하고 너그러운 오후를 보내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일대를 조금 걸었다. 언젠가 온 기억이 있는 김종영 미술관이 보였다. 미술관 앞 의자에 앉아 다사로운 물소리 들으며, 혹시 어디 산책중인 고두심씨 지나가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가로운 새소리에 맑은 공기, 게다가 대낮에도 이리 조용하고, 나이들어 여기와 살면 오래 살겠더라.
110번 타고 신촌쪽으로 가다가 멀미가 나서 내렸는데, 앞서가던 노부부가 간판이 흥미로운 식당으로 들어가기에 따라들어갔다. TUK TUK Noodle Thai 라는 태국음식점이었는데, 분위기도 너무 맘에 들었고, 뭔가 확실한 집이라는 느낌이 오는 것이었다. 매니저 추천으로 닭고기 바질 볶음밥을 먹는데, 태국쌀로 아주 제대로 볶은 개념 충만한 볶음밥이었다. 하도 맛있길레 생각나는 얼굴들한테, 여기 꼭 와야 된다고 잔뜩 흥분에 젖어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오지랖 떨기도 참 오랜만이던, 간만에 찾은 딱 내 취향의 레스토랑이었다.
맘에 드는 식당도 하나 찾았고, 좋은 점심식사, 친구도 봤고, 그림도 보고, 진짜 좋은 하루였다. 늘 아침이었다 금방 저녁인 일요일이 전혀 서운하지 않을 정도. 사석원 전시는 끝나기 전에 한번 더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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